일중처사(日中處士) 시암(是庵) 이직현(李直鉉) 선생

―학문(學問)·사상(思想)·항일독립운동(抗日獨立運動)―

1. 가계(家系) 및 생애(生涯)

선생의 본관(本貫)은 강양(江陽)<지금 합천(陜川)>, 초명(初名)은 조현(祚鉉), 자(字)는 필서(弼瑞), 호(號)는 시암(是庵), 세칭(世稱) 일중처사(日中處士)이다. 조선(朝鮮) 제25대 철종(哲宗) 1년<서기(西紀) 1850년> 경술(庚戌) 음력(陰曆) 2월 12일 경상도(慶尙道) 초계군(草溪郡) 양동면(良洞面) 상대촌(上臺村)<지금 경상남도(慶尙南道) 합천군(陜川郡) 초계면(草溪面) 무릉(武陵)>에서 증(贈) 가선대부(嘉善大夫) 이조참판(吏曹參判) 겸(兼)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 낙와(樂窩) 이규문(李奎文)의 4자(子) 2녀(女) 가운데 4자로 탄생(誕生)하였으며, 생모(生母)는 증 정부인(貞夫人) 강진안씨(康津安氏)이다.

선생이 생존(生存)한 시대(時代)는 세도정치(勢道政治), 과거제도(科擧制度)의 문란(紊亂), 매관매직(賣官賣職), 지방관리(地方官吏)의 농간(弄奸), 국가재정(國家財政)의 근간(根幹)인 삼정(三政)<전정(田政)·군정(軍政)·환곡(還穀)>의 문란, 파쟁(派爭), 매국행위(賣國行爲), 일제강점(日帝强占) 등 시(是)<옳음>가 비(非)<그름>에, 정(正)<바름>이 사(邪)<어긋남>에, 의(義)가 불의(不義)에 굴욕(屈辱)당하는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시대였다. 이에 선생은 옳음을 굳게 지킨다는 의지(意志)로 호(號)를 시암(是庵)이라 하였다. 그리고 일본(日本)은 일출처(日出處)<해가 돋는 곳>, 우리나라는 일중처(日中處)<해가 중천(中天)에 떠있는 곳>, 청(淸)은 일입처(日入處)<해가 지는 곳>라 하여 우리나라를 중심(中心)으로 삼았다. 그래서 선생을 일중처사(日中處士), 선생의 서실(書室)을 일중정(日中亭)이라 한다. 선생은 이러한 의지로써 공자(孔子)가 말한 “見利思義 見危授命”<이(利)를 보면 의(義)를 생각하고 위태함을 보면 목숨을 바치라>, 제(齊)나라 충신(忠臣) 왕촉(王蠾)이 말한 “忠臣不事二君”<충신은 두 왕조(王朝)의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위정척사(衛正斥邪)<바름을 지키고 어긋남을 물리침>를 수기치인(修己治人)<자기(自己)를 수양(修養)한 뒤에 남을 교화(敎化)함>과 항일독립운동(抗日獨立運動)을 통하여 실천(實踐)하였다. 평생(平生)을 초야(草野)에서 학문연구(學問硏究)와 후진양성(後進養成)에 몰두(沒頭)하였으며, 강직(剛直)하고 청렴(淸廉)하였다. 매사(每事) 시(是)와 비(非), 정(正)과 사(邪), 의(義)와 불의(不義)로 구별(區別)하여 시(是)와 정(正)과 의(義)가 아니면 결사(決死)코 움직이지 않았다. 은덕불사(隱德不仕)<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서 덕을 쌓음>하면서도 나라에 불의(不義)의 변고(變故)가 생기면 결코 좌시(坐視)하지 않았다. 서기 1928년 무진(戊辰) 4월 12일<음력 윤(閏) 2월 20일> 당년(當年) 79세(歲)에 서거(逝去)하였다. 묘(墓)는 초계면 무릉 청룡(靑龍)<죽전등(竹田嶝). 대밭 등> 끝 유좌(酉坐)이며, 동강(東江) 김녕한(金寗漢)이 묘갈명(墓碣銘)을 짓고, 추연(秋淵) 권용현(權龍鉉)이 묘표(墓表)를 지었다. 추연(秋淵) 권용현(權龍鉉)은 “시암선생(是庵先生) 이공(李公) 직현(直鉉) 묘표(墓表)”에 “춘추(春秋)의 대의(大義)가 선생이 존재(存在)함으로서 더욱 밝혀졌으니 선생은 참으로 성인(聖人)의 무리라 할 만하다. 옛 현인(賢人)이 말하기를 ‘절의(節義)는 있으나 학문(學問)이 없으면 과격(過激)하고, 학문은 있으나 절의가 없으면 거짓 학문’이라 하였는데 선생의 행적(行蹟)으로 이를 증험(證驗)할 수 있다”고 썼다. 배위(配位) 광주노씨(光州盧氏)는 진사(進士) 고금당(古今堂) 노덕규(盧德奎)의 따님으로 부덕(婦德)이 매우 두터웠다.

2. 학문(學問) 및 사상(思想)

누대(累代)에 걸친 유학자(儒學者) 가문(家門) 출신(出身)으로 어려서부터 가학(家學)<집안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학문>을 배우고 익혔다. 오직 성인(聖人)과 같이 되도록 배우는데 뜻을 두고 마음과 힘을 집중(集中)하여 일상생활(日常生活)을 모두 법도(法度)를 좇아 행하였으며, 의식(儀式)의 준거(準據)를 상세(詳細)하게 참고(參考)하고 철저(徹底)하게 검토(檢討)하여 행하였다. 27세(歲) 때인 고종 13년(서기 1876년)부터 문간공(文簡公)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선생을 사사(師事)하였다. 노사(蘆沙) 선생으로부터 시(是)<옳음>의 아름다움을 깊이 깨닫고 결단(決斷)하였으며, 의(義)의 내면(內面)을 구명(究明)하고 성명(性命)<천성(天性)과 천명(天命)>의 근원(根源)인 주리론(主理論)<오성론(悟性論)>을 통견(洞見)<속까지 꿰뚫어봄>하였다. 경서(經書)와 제자백가(諸子百家)뿐만 아니라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위하여 우리나라·중국(中國)·일본(日本)의 역사(歷史)에도 해박(該博)하였고, 황성신문(皇城新聞)·경향각지(京鄕各地) 사림(士林)과의 교류(交流) 등을 통하여 국내외(國內外) 정세(情勢)와 미래(未來)를 꿰뚫었다. 공자(孔子)가 이상(理想)으로 삼은 당제(唐帝) 요임금(堯), 우제(虞帝) 순임금(舜), 하(夏)의 우왕(禹王), 은(殷)<또는 상(商)>의 탕왕(湯王), 주(周)의 문왕(文王)·무왕(武王)·주공(周公) 시대(時代) 중화문화(中華文化)를 존중(尊重)하고 이적(夷狄)<동방(東方)과 북방(北方)의 오랑캐>을 배척(排斥)하였으며, 정학(正學)<올바른 학문>을 떠받치고 사설(邪說)<그릇된 논설(論說)>을 멀리하여 도학(道學)<성리학>의 명분(名分)과 절의(節義)를 지켰다. 광범(廣範)한 분야(分野)와 방대(尨大)한 분량(分量)의 저술(著述)이 시암집(是庵集) 11책(冊)<목록(目錄) 1책 포함> 21권(卷)에 실려 있다. 시(詩)는 대개(大槪) 경서(經書)의 심오(深奧)한 이치(理致)나 처세(處世)의 교훈(敎訓)을 읊은 것이다. 박문환(朴文煥)·월산(月山) 조성주(趙性宙)·송희용(宋禧用) 문인(文人) 등의 시에 차운(次韻)하고, 정재두(鄭載斗)·조시영(曺始永)·송병회(宋秉晦)·송동수(宋東洙) 문인(文人) 등의 시에 화운(和韻)하였다. 서(書)는 스승인 노사(蘆沙) 선생을 비롯하여 문충공(文忠公)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노백헌(老柏軒)<또는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자(字) 회일(會一)> 등 제현(諸賢)과 학문과 예(禮)를 논(論)한 것이 많다. 잡저(雜著)는 속리록(俗離錄)·화양록(華陽錄) 등 기행문(紀行文), 우식(偶識)·혹문(或問) 등 성리학을 논한 것, 고교중제공(告校中諸公)<향교(鄕校) 제공(諸公)에게 고(告)함>·고사우(告士友)<선비 벗에게 고함> 등 한말(韓末)의 을미사변(乙未事變)·을사조약(乙巳條約) 등에 따른 사림(士林)의 각성(覺醒)을 촉구(促求)하기 위한 것, 일제(日帝) 총독부(總督府)의 호적(戶籍)·호세(戶稅)·묘적(墓籍)·만동묘(萬東廟) 제향(祭享) 금지정책(禁止政策)을 비판(批判)한 것 등이다. 고교중제공(告校中諸公)·고사우(告士友) 등은 한말(韓末) 제국주의(帝國主義) 열강(列强)의 침탈(侵奪)에 대한 위정척사파(衛正斥邪派)의 대응(對應)의 일면(一面)을 볼 수 있는 자료(資料)이다.

3. 항일독립운동(抗日獨立運動)

서기 1895년 10월 8일(음력 8월 20일) 을미사변(乙未事變)<조선(朝鮮) 주재(駐在) 일본(日本) 공사(公使) 미우라(三浦梧樓) 지휘(指揮)로 일본인(日本人)들이 명성황후(明成皇后)를 시해(弑害)한 사건(事件)>이 발생(發生)하자 유림(儒林)에게 창의(倡義)를 촉구하는 포고문(布告文)을 발송(發送)하였다.

1905년 11월 18일(음력 10월 22일) 을사조약(乙巳條約)<일제(日帝)의 강박(强迫)과 을사5적(乙巳五賊)의 결탁(結託)에 의하여 일제(日帝)가 대한제국(大韓帝國)의 내정(內政)을 총지휘(總指揮)하고 외교권(外交權)을 박탈(剝奪)한 조약(條約)>이 체결(締結)되자 초계향교(草溪鄕校) 유림(儒林)에게 궐기(蹶起)를 촉구하는 포고문을 발송한데 이어 초계군(草溪郡)<1914년 합천군 초계면으로 됨> 유림(儒林)에게 군청(郡廳)에 모여 창의(倡義)를 논의(論議)할 것을 서약(誓約)하는 포고문을 발송하였다.

일제(日帝)가 합천(陜川) 군수(郡守)·경찰서장(警察署長)까지 내세워 1910년 12월 2일(음력 11월 1일)부터 1911년 1월 1일(음력 12월 1일)까지 1개월(個月)에 걸쳐 소위(所謂) 은사금(恩賜金) 받기를 종용(慫慂)·회유(懷柔) 또는 강권(强勸)·협박(脅迫)하였으나 초지일관(初志一貫) 이를 완강(頑强)하게 물리쳤다.

일제(日帝)에 세금(稅金)을 불납(不納)하였고, 1911년 1월 1일(음력 12월 1일) 일본인(日本人) 관리(官吏)가 호적(戶籍)과 호별세(戶別稅) 건(件)으로 찾아와 힐난(詰難)한데 대하여 책망(責望)하는 글을 써서 보냈다.

일제(日帝)의 창씨개명(創氏改名) 강요(强要)에 불응(不應)하였다.

일제(日帝) 물품은 성냥·석유(石油)까지도 절대(絶對)로 사용(使用)하지 않았다.

1914년 3월 16일(음력 2월 20일) 초대(初代) 조선총독(朝鮮總督) 테라우치(寺內正毅)에게 “일본(日本) 사신(使臣)”이라 호칭(呼稱)하며 “대궐(大闕) 전각(殿閣)과 담장을 허물고, 이왕직의례전범(李王職儀禮典範)을 만들어 왕실재산(王室財産)을 이리 쪼개고 저리 합치고, 토지조사사업(土地調査事業)을 벌여 선산(先山)과 위토(位土)까지 약탈(掠奪)하는데 대하여 자결(自決)하여 사죄(謝罪)하라”는 항의서(抗議書)를 보냈다.

1914년<일자(日字) 미상(未詳)> 테라우치 조선총독에게 “일본 사신”이라 호칭하며 가나노리(金粘沒喝)의 경부(慶府) 난입(亂入) 사건(事件)에 대한 항의서를 보냈다.

일제(日帝)가 묘적법(墓籍法)을 만들어 강제(强制)로 묘(墓)를 등록(登錄)하게 하고, “이를 불이행(不履行)하면 파묘(破墓)하겠다.”고 협박(脅迫)하자 질책(叱責)한 뒤 “나의 이런 뜻을 즉시(卽時) 너희 나라에 보고(報告)하라”고 하였다.

1917년 일제(日帝)가 총독부(總督府) 훈령(訓令)으로 만동묘(萬東廟) 제향(祭享)을 금지하자 “나라가 망하였다고 의리(義理)까지 망하는 것은 옳지 않다<國可亡而義理不可亡>”며 죽음을 각오(覺悟)하고 일제(日帝) 경찰(警察)과 맞서 제향(祭享)을 관철(貫徹)하였다.

제2대 조선총독(朝鮮總督) 하세가와(長谷川好道)에게 “일본(日本) 사신(使臣)”이라 호칭(呼稱)하며 “만동묘는 명(明) 신종(神宗)·의종(毅宗) 황제(皇帝)에게 제향(祭享)을 올리는 곳인데 너희가 ‘비용(費用)을 함부로 쓰고 인력(人力)을 소모(消耗)한다’는 이유(理由)로 그 제향(祭享)을 폐지(廢止)하려고 하나 속셈은 이 두 황제가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이여송(李如松) 장군(將軍) 휘하(麾下)의 원군(援軍)을 조선(朝鮮)에 파병(派兵)하여 너희를 물리친데 대한 앙갚음이 아닌가. 만동묘 제향(祭享) 유사(有司) 정술원(鄭述源)·송주헌(宋冑憲)은 무슨 죄(罪)로 구속(拘束)하였는가. 그 두 사람이 없더라도 반드시 제향(祭享)을 올릴 것이니 붓으로 너의 목을 치는 화(禍)를 자초(自招)하지 않도록 춘추대의(春秋大義)에 대한 죄를 얼른 뉘우치기 바란다.”는 항의서(抗議書)를 보냈다. 팔도(八道) 유림(儒林)이 만동묘 본소(本所)에 모여 만동묘 제향(祭享) 감행(敢行)에 관한 일을 논의(論議)한 결과(結果) 타도(他道)에서는 방도(方道)가 나오지 않아 경상(慶尙) 우도(右道)가 독력(獨力)으로 매년(每年) 춘추(春秋)에 본소(本所)와 의논(議論)하여 제향(祭享)을 올리기로 타결(妥結)하고, 1918년 8월 12일(음력 7월 6일) 및 8월 13일(음력 7월 7일) 경상(慶尙) 우도(右道) 유림(儒林)이 합천군 대병면 한천제(寒泉齋) 및 초계면 무릉 여재재(如在齋)에서 논의 끝에 “만동묘 제향(祭享)을 막으려는 일제(日帝)에 맞서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의지(意志)로 감당(堪當)할 적임(適任)은 시암(是庵) 선생밖에 없다”는 중론(衆論)이 모아져 만동묘 제향(祭享) 수령(首領)으로 추대(推戴)되었다. 10월 8일(음력 9월 4일)부터 10월 15일(음력 9월 11일)까지 괴산경찰서(槐山警察署)가 제관(祭官)들을 폭행(暴行)하고, 온갖 협박(脅迫)·회유(懷柔)로 저지(沮止)하려고 하였으나 괴산경찰서장(槐山警察署長)에게 “의(義)를 지켜야할 선비로서 비록 죽는다 하더라도 제향(祭享)을 그만둘 수 없다”며 버티어 제향(祭享)을 관철(貫徹)하였다. 제향(祭享)을 마친 뒤 각도(各道) 사림(士林)에게 “일제가 만동묘 제향(祭享)을 폐지(廢止)하려는 것은 임진왜란 때 명(明) 신종(神宗)·의종(毅宗) 황제가 조선(朝鮮)에 원군(援軍)을 보내 물리친데 대한 앙갚음이므로 반드시 춘추(春秋) 제향(祭享)을 거르지 말도록 힘써 달라”는 글을 보냈다.

선생의 족질(族姪) 이원택(李源澤)<이원형(李源亨)의 초명(初名)>은 1919년 기미(己未) 고종황제(高宗皇帝) 인산(因山)<국장(國葬)> 때 상경(上京)하여 곡반(哭班)<국상(國喪) 때 슬프게 울던 벼슬아치의 반열(班列)>으로 참여(參與)한 뒤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를 품고 돌아왔다. 4월 6일 창원(昌原) 변상태(卞相泰)가 선생을 심방(尋訪)하여 유림단(儒林團) 상해(上海) 회동(會同) 및 의거(義擧) 문제(問題)를 밀의(密議)하였고, 선생은 조카 이원화(李源華) 및 족질(族姪) 이원택(李源澤)으로 하여금 의거(義擧)를 종용(慫慂)하였다. 이원화(李源華)는 4월 7일부터 구재범(具在範)·권국서(權國瑞)·김덕명(金德明)·성만영(成萬永)·전영우(全永愚) 등과 서로 연락(連絡)하며 임무(任務)를 분담(分擔)하고, 각리(各里) 동지(同志)를 규합(糾合)하여 동원계획(動員計劃)을 수립(樹立)하고, 독립선언서를 등사(謄寫)하고, 태극기(太極旗)를 제작(製作)하는 등 의거(義擧)를 주동(主動)하였다. 주동인사(主動人士)들은 4월 20일(음력 3월 20일) 초계 장날 장꾼으로 가장(假裝)하여 독립선언서·태극기를 숨기고 장꾼들 틈에 끼어 장터로 잠입(潛入)하였다. 오후(午後) 1시(時) 경 장터에 약 4천 명<일제(日帝) 경찰(警察) 기록(記錄)에는 3천명>의 군중(群衆)이 집결(集結)하였다. 주동인사들이 군중에게 독립선언서·태극기를 나누어준 뒤 독립선언서를 낭독(朗讀)하고 “대한독립만세(大韓獨立萬歲)”를 선창(先唱)하자 4천 여 군중이 일제(一齊)히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고창(高唱)하며 주동인사들의 지휘(指揮)에 따라 가로(街路)를 행진(行進)하였다. 사기충천(士氣衝天)한 군중 가운데 약 3백 명<일제(日帝) 경찰 기록에는 2백 명>의 청년(靑年)들이 일제(日帝) 관헌(官憲) 간(間)의 연락을 차단(遮斷)하고자 초계우편국(草溪郵便局)을 습격(襲擊)하여 통신망(通信網)을 파괴(破壞)한 뒤 합천경찰서(陜川警察署) 초계주재소(草溪駐在所)를 포위(包圍)하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유리창 등을 파괴하였다. 경찰이 공포(空砲)를 발사(發射)하자 성난 군중이 일제(日帝) 경찰 2명을 때려눕혀 중상(重傷)을 입혔다. 그러자 출동(出動)한 합천경찰서 경찰과 헌병(憲兵)이 초계주재소 경찰과 합세(合勢)하여 총(銃)을 발사하며 군중 속으로 뛰어들어 총검(銃劍)을 휘둘렀다. 이로 인하여 김장배(金長培) 외 1명<성명(姓名) 미상(未詳)>이 총탄(銃彈)에 맞아 현장(現場)에서 순국(殉國)하였고, 군중을 지휘하던 이원택(李源澤)은 총탄이 정강이를 관통(貫通)하여 종신(終身) 불구자(不具者)가 되었고, 권국서(權國瑞)는 총검에 심한 자상(刺傷)을 입었고, 김해열(金海烈) 등 8명도 중상을 입었다. 일제(日帝) 경찰과 헌병의 야만적(野蠻的) 진압(鎭壓)으로 오후 4시 경 일단 해산(解散)하였으나 군중의 항일의지(抗日意志)가 고조(高調)되어 시위(示威)가 재연(再演)될 분위기(雰圍氣)가 짙자 초계리(草溪里)에 거주(居住)하던 일본인(日本人) 가운데 겁을 먹은 46명이 합천읍(陜川邑)으로 철수(撤收)하였다. 검거송치(檢擧送致)된 애국지사(愛國志士)들은 서기 1919년 8월 8일 대구복심법원(大邱覆審法院)에서 이원화(李源華)는 징역(懲役) 3년, 구재범(具在範)·권국서(權國瑞)·김덕명(金德明)·성만영(成萬永)·안주백(安周伯)·이만용(李萬用)·정점시(鄭點是)·정판백(鄭判伯)은 징역 2년, 구재진(具在軫)·정수조(鄭守祚)는 징역 1년, 안종민(安鍾玟)은 징역 6월을 언도(言渡)받고 대구감옥(大邱監獄)에서 옥고(獄苦)를 치렀다. 변영관(卞榮瓘)·전영우(全永愚)는 거사(擧事) 뒤 도피(逃避)하여 옥고를 면하였으나 전영우(全永愚)는 항일투쟁(抗日鬪爭)을 하다가 오래 뒤 검거(檢擧)되었다. 1964년 합천교육청(陜川敎育廳) 간행(刊行) 향토교육자료(鄕土敎育資料), 1990년 합천문화원(陜川文化院) 간행 합천독립운동사(陜川獨立運動史), 1994년 3월 1일 도서출판(圖書出版) 금정(金井) 간행 3.1운동실록(三一運動實錄)의 내용(內容)이 일부(一部) 상이(相異)하다. 이원택(李源澤)<이원형(李源亨)의 초명(初名)>이 향토교육자료·합천독립운동사·3.1운동실록에는 이원탁(李源鐸)으로 되어있고, 전영우(全永愚)가 3.1운동실록에는 김영우(金永愚)로 되어있으며, 의거일(義擧日) 4월 20일(음력 3월 20일)이 향토교육자료·합천독립운동사에는 3월 21일(음력 3월 20일의 오기(誤記)인 듯함)로 되어있다. 초계 장날은 매월(每月) 양력(陽曆) 5일부터 5일 간격(間隔)이다. 또한 3.1운동실록에는 김장배(金長培)만 피살(被殺)된 것으로 되어있으며, 합천독립운동사에는 이만용(李萬用)이 이만영(李萬永)으로 변영관(卞榮瓘)이 변영근(卞榮瑾)으로 정점시(鄭點是)가 정점시(鄭點時)로 되어있고 정점시(鄭點是)의 징역기간(懲役期間)이 1년 6개월로 되어있다.

1919년 3월말(月末) 전협(全協)·최익환(崔益煥) 등이 한민족(韓民族)의 대동단결(大同團結)을 표방(標榜)하며 서울에서 결성(結成)한 독립운동단체(獨立運動團體)인 대동단(大同團)<일명(一名) 조선민족대동단(朝鮮民族大同團)>에 가입(加入)하였다.

1919년 11월 이강(李堈)<의친왕(義親王)>·김가진(金嘉鎭)·전협(全協)·양정(楊楨)·이정(李政)·김상열(金商說)·정상무(鄭相武)·백초월(白初月)·최전구(崔詮九)·조형구(趙炯九)·김익하(金益夏)·정설교(鄭卨敎)·이종춘(李鍾春)·김세응(金世應)·정의남(鄭義南)·나창헌(羅昌憲)·한기동(韓基東)·신도안(申道安)·이신애(李信愛)·한일호(韓逸浩)·박정선(朴貞善)·노홍제(魯弘濟)·이직현(李直鉉)·이내수(李來修)·김병기(金炳起)·이겸용(李謙容)·이설후(李雪吼)·신태련(申泰鍊)·신영철(申塋澈)·오세덕(吳世悳)·정규식(鄭奎植)·김홍진(金弘鎭)·염광록(廉光祿) 등 대한민족대표(大韓民族代表) 33인의 독립선언(獨立宣言)에 가담(加擔)하였다. 일제(日帝) 경찰(警察) 기록(記錄)<大正 八年 十一月 二十八日 高警 第三三八四四號 京城市內 不穩情況 宣言書 釋文>에는 전협(全協)이 전협(全恊), 조형구(趙炯九)가 장형구(張炯九), 이직현(李直鉉)이 이진현(李眞鉉)으로 되어있다.

4. 교우(交友) 및 문인(門人)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자(字) 회일(會一)·박문환(朴文煥)·송동수(宋東洙)·문충공(文忠公)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송병회(宋秉晦)·송희용(宋禧用)·농산(農山) 장승택(張升澤)·노백헌(老柏軒)<또는 애산(艾山)>정재규(鄭載圭)·정재두(鄭載斗)·월산(月山) 조성주(趙性宙)·조시영(曺始永) 등과 학문(學問)과 예(禮)를 논(論)하고, 금우(琴愚) 구연우(具然雨)·둔와(遯窩) 구태서(具泰書)·소산(小山) 석병기(石炳岐)·소계(小溪) 석재준(石載俊)·노암(魯菴)우하교(禹夏敎)·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 등과 교류(交流)하였다.

추봉(秋峰) 남승우(南勝愚)·회산(晦山) 박기돈(朴基敦)·임헌(任軒) 이영현(李永鉉)·월산(月山) 이원백(李源栢)·소연(小淵) 이정호(李正鎬) 등 많은 후학(後學)을 배출(輩出)하였고, 서계(西溪) 이태영(李泰榮)·춘강(春江) 이세영(李世榮) 등 많은 후학이 사숙(私淑)하였다. 아직 문인록(門人錄)이 발견(發見)되지 않아 면면(面面)을 다 파악(把握)할 수 없어 아쉽다. 추봉(秋峰) 남승우(南勝愚)·임헌(任軒) 이영현(李永鉉)·소연(小淵) 이정호(李正鎬)는 유학(儒學)에 전념(專念)하였고, 월산(月山) 이원백(李源栢)은 광복(光復) 이후(以後) 초계면장(草溪面長)을 지냈으며, 서계(西溪) 이태영(李泰榮)·춘강(春江) 이세영(李世榮)은 초계향교(草溪鄕校) 전교(典校)를 지냈다. 회산(晦山) 박기돈(朴基敦)<서기(西紀) 1873년~1947년>은 서울의 양반가정(兩斑家庭)에서 태어나 대한제국(大韓帝國) 상공학교(商工學校) 교관(敎官), 중추원(中樞院) 의관(議官)을 지내다가 서기 1905년 을사조약(乙巳條約)이 체결(締結)되자 사퇴(辭退)하였다. 구국운동(救國運動)을 위하여 상해(上海)로 망명(亡命)하려고 부산(釜山)으로 갔으나 여의(如意)치 않자 부(父) 야은(倻隱) 박문환(朴文換)<서기 1835년~1911년>과 스승이 거주(居住)하는 초계면 무릉으로 낙향(落鄕)하였다가 1906년 대구(大邱)에 정착(定着)하였다. 대구에서 일본인(日本人)들에 대항(對抗)하여 민족(民族) 산업(産業) 육성(育成)에 노력(努力)하였고, 경제(經濟)·교육(敎育)·사회사업(社會事業)·체육(體育)·출판(出版) 등 여러 분야(分野)에서 활약(活躍)하여 많은 업적(業績)을 이루었으며, 대구상무소(大邱商務所) 소장(所長)<지금 대구상공회의소(大邱商工會議所) 회장(會長)>을 지냈다. 1922년 교남시서화연구회(嶠南詩書畵硏究會) 창립부회장(創立副會長)을 맡았고, 청도(淸道) 운문사(雲門寺)<호거산(虎鋸山)>·하동(河東) 쌍계사(雙溪寺)<지리산(智異山)>·양산(梁山) 통도사(通度寺)<영취산(靈鷲山)>·대구(大邱) 파계사(把溪寺)<팔공산(八公山)>·합천(陜川) 해인사(海印寺)<가야산(伽倻山)> 등에 편액(扁額)과 주련(柱聯) 글씨를 남겼다.

5. 유적(遺跡) 및 현창(顯彰)

합천군 초계면 무릉에 문인(門人) 추봉(秋峰) 남승우(南勝愚)·회산(晦山) 박기돈(朴基敦)·임헌(任軒) 이영현(李永鉉)·월산(月山) 이원백(李源栢) 등이 1907년 건립(建立)한 일중정(日中亭)이 있으며, 일중정(日中亭) 현판(懸板) 글씨는 회산(晦山) 박기돈(朴基敦)이 썼다.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시암(是庵) 이선생(李先生) 문집(文集) 간행소(刊行所)”인 “일중정(日中亭) 유회소(儒會所)”에서 유림(儒林)의 성금(誠金)으로 시암집(是庵集) 11책(冊)<목록(目錄) 1책 포함(包含)> 21권(卷)을 간행(刊行)하였다.

1996년 8월 15일 KBS-TV “뉴스 광장(廣場)”에 시암(是庵) 선생의 항일(抗日) 행적(行蹟)이 특집(特輯)으로 보도(報道)되었다.

후학(後學)들이 조직(組織)한 존신계(尊信契) 및 추모사업회(追慕事業會) 주관(主管)으로 매년(每年) 음력 3월 15일을 기준(基準)하여 일중정(日中亭) 경내(境內) 사우(祠宇)에서 추모행사(追慕行事)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