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의 밤

고요와 침묵을 머금은

초계의 밤은 어둡다.

청계산,

대암산,

무월봉,

천왕산,

미타산,

옥두봉,

단봉산에

휘감긴 짙은 장막이 드리운 초계산맥의 고요는

침묵속에 잠들고

그 깊은 고요와 침묵 속에 묻힌 어둠은

억만겁 역사를 불러내어

적막만으로

소리없이 울부짖고

숨죽여 외치고 있다.

지난 뜨겁던 초계의 낮이 잦아드는

초록 머금은 골짝에 고독의 낭만이 퍼져들어

어두운 밤이 더욱 고요한가?

알싸한 초계의 밤향기에

산그늘 어스름 달마져 기울고

적막만으로 익혀내는 고독한 초계의 밤!

대광대의 부라린 눈빛에도

골짝은 서서히 고독한 어둠 속으로 젖어든다.

이 밤 지나면 또 새 날이 오것지

새날 뜨거울 새날을 위해

고요한 이밤을 조용히 잠재우는 수 밖에 없다.

오로지 깊어가는 밤의 고요와 적막만으로

밤에 뜬 달은 낮에 뜬 해가 그리워

슬퍼져만가는 어둠으로 사랑의 영혼을 감싸안고 있다.

짙은 어둠 속에 깊은 고독만 여물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