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분지

아무도 날 찾지 않는 외로운 영혼의 유배지,

애닯은 밤낮의 그리움 대광대 탈밭에 버려져

말뚝이, 콩밭골손, 제자각시, 할미, 초라니, 곱사, 홍백양반과 어울려 두둥실 춤추네!

삭히고 달래고 감내하는 일만 주어진 고독한 분지의 설움,

누가 누구에게 산이 높다고 말하게 하지 마시고

누가 누구에게 골이 깊다고 말하게 하지 마시게!

산 속 깊이 감추어진 넓디 넓은 골 속에 누워있는

이 넓고 깊은 초계분지의 외로움을 모른다면

아무에게도 그 산과 그 골을 말하게 하지 마시게!

산 속 깊이에 감추어져 아무리 자유로워도 자유로울 수 없고

넓디 넓은 골 속에 누워있어 맘대로 일어나 무작정 휘저어도 휘저어 질 수도 없고

그냥 분지에 포로 잡힌 갑갑하고 답답한 일상

애닯음과 설움 곰삭히며 꿈꾸는 어설픈 자유와 낭만!

그 아무에게도 내가 초계분지에 산다는 것을 말하게 하지 마시게!